작성자 ***
작성일22.11.09
조회수1095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훨훨훨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 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해》(1949)
이 시의 화자는 청자인 '청산'에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 대상인 청산은 화자가 꿈꾸는 순수한 세계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슬픔을 호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연을 통해 순수한 평화와 광명의 세계를 노래하던 시인의 현실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시가 해방 직후 쓰여진 점을 감안할 때, 해방의 신선한 희망을 담았던 <해>의 세계를 대신한 <청산>의 세계는 해방의 혼란한 물결 속에서 티끌과 벌레가 들끓는 혼탁한 산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화자는 '밝은 햇살'과 '맑고 고운 사람'의 미래를 믿으며 위안을 가진다.
제1연은 이상적 공간으로서의 청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산의 모습과 밝게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 고즈넉이 들려오는 뻐꾸리 울음소리, 이것들은 모두 서정적 자아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세계의 표상이다. 특히 산은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로 설정된 것이며, 그것을 통해 지고한 대상(볼이 고운 사람)에 대한 내적 지향 및 호소가 표출되고 있다.
제2연은 신선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청산 속에서 과거에 잃어 버린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의 대상인 임을 떠올리면서 가슴 아파하는 심경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간구하고 있다.
제3연은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의 표출로 감정의 고조를 보이고 있는 연이다. 티끌불고 벌레같은 세상에서 눈물짓고 있던 임에 대한 상념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눈물로 가득한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밝은 하늘의 빛나는 아침이 되면 아름다운 청산으로 달려올 임을 애타게 그리고 있다.
제4연은 자연과 인간의 대비 속에 오직 임만을 그리워하고 있는 시적 자아의 의지적 자세가 나타나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청산), 그리고 아귀다툼하며 살아가는 인간세상, 이 상반된 질서 사이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메시아'로서의 임을 영원히 기다리고 그리워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박두진 시인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했다.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묘지송」등이 「문장」지에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의 소망을 자연과 신앙 속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청록집」「해」「오도」「포옹무한」「수석열전」등의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전집」(전7권)이 있다.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문학상, 동북아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세대에서 정년퇴임한 후, 단국대와 추계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다가 1998년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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